2014. 5. 11. 02:02
  칼을 소개 받은 뒤, 며칠이 지나고 둘은 시장으로 나왔다. 비공정을 타려면 틴탄까지 가야하는데 그 거리만해도 결코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준비물을 구하기 위해 카르트가 칼에게 부탁해 둘은 레이텐의 시장을 걷고 있었다.
레이텐의 시장은 디그레시아 북부라는 지리적 불편함을 지니고도 상당히 활발했다. 수도 레이텐은 심지어 내륙에 있어 물자의 거래가 활발하지도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주정책과 전쟁의 여파로 생필품과 기호품 등 잡다한 수요들이 이러한 거대 시장을 형성하는데 일조했다.

"일단 말 두 필에 또..."

  아직도 우측의 제이노와는 전시중이었기에 시중엔 그렇게 많은 말을 볼 수는 없었다. 나와 있는 것으로는 대부분 노쇠하거나 깡마르고, 병이 있거나 하여 전쟁에 쓰지 못하는 하등품뿐이었다. 그래도 가벼운 행색을 갖추고 틴탄까지 가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여겨 카르트는 쓸만해 보이는 두놈을 골라 가져왔다.

"뭐..하시는겁니까?"

  다른 쪽에서 견과류등의 식품을 한아름 들고 온 칼이 카르트를 보고 물었다.

"보시다시피 틴탄까지 갈말을 구했는데 뭐 잘못된 것이라도 있습니까?"

  칼은 흐음하고 카르트와 말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는 들고있던 물건을 다 카르트에게 넘겨준후 말을 이끌었다.

"시간은 많습니다. 틴탄은 같은 레이텐이라고해도 많이 춥고 발전 돼 있지 않습니다. 중간까지는 말을 타고 가는 게 좋을 수도 있겠지만 레이텐부터 틴탄까지 가는 경로에 큰 마을도 없고 비상식량이 되거나 방사할 확률이 큽니다.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걸어가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리고는 어떻게 알았는지 카르트가 간 마시장에 가서 말을 되돌려주고 돈을 찾아왔다.

"이 돈으로 솜과 천을 사야겠습니다. 노숙할 일이 많을거에요. 여기서야 괜찮겠지만 틴탄 근처에서 그냥 노숙한다면 꽤 생명이 위태로울겁니다."

  칼은 카르트를 데리고 길을 걸으면서 포목점에서 솜과 천을 샀다. 카르트는 어느새 짐꾼으로 전락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한숨을 쉬었으나 별 도리가 없었다. 차라리 장을 다 보고 말을 돌려보낼걸이라고 후회했으나 이미 마시장은 저 뒤편으로 사라진 뒤였다. 이어서부싯돌과같은 잡동사니까지 산 둘은 빠르게 카르트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집에서는 어느때처럼 길모어가 편안한 웃음으로 맞아줬다.
"도련님, 준비가 다 됐습니다."
  길모어의 물음에 어, 뭐? 라고 물은 카르트는 자신이 들고 있는 것과 유사한 것들을 보고는 헉 소리를 냈다.
'분명히... 그랬던 것 같기도...'
  겉으로 티는 내지 못하고 쓴웃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카르트였다. 옆에있던 칼은 호오 를 남발하며 길모어가 준비한 물품들에 눈을 빛냈고, 그 날 장 본 카르트의 물품은 전 품목 반품되는 운명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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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also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