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3. 03:44

 "그리하여 이번에 이 중임을 맡을 이는.."

  디그레시아 북부지방에 위치한 레이텐 공국에서는 매년 수많은 축제가 열린다. 그 중 으뜸가는 축제로 신년 첫날에 열리는 해의 축제가 있는데 이 날은 공국 모든 신민들이 마을 한가운데 모여 불을 피우며 밤새 노는것이 관례다. 더불어 수도인 레이텐에서는 한껏 차려입은 젊은 귀족끼리 사교파티를 하는데, 이는 디그레시아는 물론 케터텐 대륙과 로디노 지방에서도 참여할 만큼 그 명성이 다른축제와는 비교를 불허한다.

  그리고 밤이 깊어 신년 둘쨋날이 되는 때, 영예의 전사를 발표하는데 이는 평소 공국을 위해 혁혁한 성과를 낸 청장년층들이 뽑힌다. 올해에도 수많은 청년층들이 이를 기대하며 지방 곳곳에서 올라왔는데 특히나 올해는 레이니아 공주가 16세가 되는, 성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그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제논 가의 카르트 경!"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뽑힌 인물은 비루하기 짝이없는 지방의 작은 귀족 제논 가의 장남이었다. 모두가 놀라 박수도 잊은 채 멍 하니 주위를 둘러봤다. 카르트라는 인물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제논가의 당주인 켈름경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어느곳에서도 움직임은 커녕 켈름의 모습또한 찾을 수 없었다. 

  "카르트 경?"

  다시 한번 호명을 하는 레이텐 공작. 그러나 군중에서 나오는 기색은 여전히 없었다. 하지만 삼세판이라! 웅성임속에 다시 한번 호명을 하려는데...

  "카르트 제논, 여기있습니다. 공작님."

  석단 바로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소년이 대답한다. 꽤나 일찍이 앞에 서있었지만,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남루한 옷에 아무도 그를 몰라본 것이다. 사실 카르트 또한 해의 축제가 아니었으면 이런 자리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기에, 이러한 점은 여러모로 레이텐 공작에게는 당황스런 사건이었다.

 "귀공의 혁혁한 공은 시조 레이텐으로부터 이어진 우리의 뜻에 합당하며 우리는 이러한 점을 높이 사 그대 카르트에게 영예의 전사를 선사하노라. 보답으로 그대에게 일정한 수준에서 원하는 바를 말할 것을 허하노니 그대는 부디 괘념치 마시고 바라는 바를 말하도록 하시오."

  누가 들으면 짜고 친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장황한 칭찬이지만, 카르트는 뽑힐 것이라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기에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생각한 바가 떠올랐는지 공작측을 바라보았다.

  "신 카르트, 부디 원하는 바가 하나 있사오니 달이 그 빛을 시샘하여 숨을거 같은 빛을 발하시는 위대하신 레이텐의 딸, 레이니아님을 뵙고 싶습니다."

  카르트가 고개를 숙이며 원하는 바를 말하자, 군중에선 헛바람을 들이키는 소리들이 연발했다. 그도 그럴것이 아무리 모두가 레이니아를 노리고 왔다고 해도 저 비루한 시골 꼬맹이조차 그럴거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것이기 때문이다. 레이니아는 모두가 정략을 위해 희생될 것이라고 다들 은연중에 생각했기 때문에 다들 자신의 가문정도는 되야지 하는 그런 기대를 품고 왔었고, 그 기대가 물거품이 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저런 꼬맹이에게 아름답다고 소문난 영애를 뺏기는 것에 기가 차서 나온 자연스런 반응이었다.

  "좋소. 우리는 그대의 뜻에 따라 레이니아 양과 카르트 공의  만남을 주선하겠소. 이는 나 제임스 반 레이텐의 이름아래 유효하오. 일시는 지금 즉시! 만남의 정원으로 가시오. 내 금방 거기로 가지. 자, 여러분! 해의축제의 마지막이 무르익고 있소! 오늘밤은 영원할 것이오!"

  해의축제의 밤파티를 알리는 어구가 끝나고 카르트는 조용히 무대밖으로 퇴장했다. 자신이 이벤트성으로 뽑힌 영에의 전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만남의 광장으로 가려는 것이다. 

  사실 그도 그럴것이 레이텐 공국에서 전해져오는 전통인 영예의전사는 그 폐단이 매우컸다. 영예의 전사를 통한 소원이 중앙귀족이나 세력가에게 들어간다면 이것은 공국의 크나큰 위험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찍이부터 레이텐 공국은 이런 것을 막고자 노림수로 이런 약소귀족에게 영예의 전사 자리를 내줬다. 거기에 뽑힌것이 카르트, 기대를 하지 않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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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also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