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5. 07:39

  궁을 떠나 집으로 가는 길, 카르트의 고민은 갈수록 커져갔다. 눈물의 눈을 가지러 그 불안정한 비공정을 타는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은 가문의 영지 제논과 수도 레이텐, 그리고 제논 근처의 차차밖에 가본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말그대로 서울촌놈이었기에 집으로 오는 조용한 길은 카르트의 마음을 심란하게 했다.

  꽤 오래 걸어서 도착한 저택, 수도에 있는 제논 가의 저택은 되게 허름했다. 나름대로 조부님때까지만 해도 궁 옆에 있던 저택은 아버지때부터 세가 기운 가문에 맞춰 변두리로 옮겨졌고 이제는 아름답고 화려한 레이텐과는 어울리지 않는 을씨년스러운 느낌까지 풍기고 있었다.

  제논가의 재력은 카르트의 부친. 켈름이 사업 전면에 나서면서 그 힘을 잃어갔다. 과도한 확장의 여파로 서서히 사업을 축소하더니 결국 모두 접고 이렇게 되버린 것이다. 그나마 평소 인품이 뛰어난 탓인지 귀족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정도의 기부금과 영지에서 들어오는 수입, 그리고 남아있는 몇몇 가신들로 인해 오늘도 제논 가의 저택은 허물어지지 않고 그 명맥만 겨우겨우 지키고 있었다.

   "돌아오셨습니까?"

  집의 모든 대소사를 맡고있는 늙은 집사, 길모어가 카르트를 반겼다. 다른 가족들의 인기척이 없는걸 보니 아마 축제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사교계에서는 알아주는 집안이라 오늘같은 축제날은 예전의 성화를 그대로 누릴테니 내일 아침까지는 아마 집에 없을 터였다.

  "그래, 길모어. 여행용 짐을 준비해주겠어? 케터텐으로 여행을 갈거야"

  "케터텐...말씀이십니까? 갑작스럽군요. 오늘내일준비할 수 있을 것 같진 않군요.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겠습니다."

  "좋아. 그리고 사람을 하나 알아봐줘, 아버지에게는 말씀드리지 말고. 케터텐이나 눈물의 눈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으로 부탁해"

  길모어는 다른 것은 묻지 않았다. 늙은 집사는 가족보다 더욱 카르트를 이해하고 신용하고 있었다. 물론 카르트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를 그렇게 대하겠지만, 오히려 그러한 점이 카르트도 믿음이 가 길모어에게 여행의 준비를 부탁했다. 마음같아서는 길모어를 대동하고 떠나고 싶지만 연로한 집사에게 긴 여행, 더군다나 극심한 추위로 유명한 케터텐에 가는 것은 무리가 분명했기 때문에 마음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수 일이 지난 뒤, 연무장에 있던 카르트에게 한명의 사람이 찾아왔다. 멀쑥한 키에 호리호리한 체구를 가진 음습한 기운을 머금은 사내였다. 이미 길모어하고는 얘기가 되어있었는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연무장까지 들어온 것을 보아하니 이번 일에 도움을 줄 상대인가 하고 카르트는 반가운 낮빛으로 그를 만났다.

  "어떤일로 저를 찾아 오셨는지...?"

  "화공을 찾으신다고 하셔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오매불망 바라던 이가 왔음에 카르트는 환호했다. 일류 화공을 구하기란, 그것도 변방의 국가인 레이텐에서 이를 구하기란 매우 쉽지 않았다. 황도인 풀' 티엘처럼 예술이 발달한 나라도 아니고, 자원도 희귀하고 정복으로 이루어진 국가기때문에 아직도 곳곳에서는 여러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나라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귀족층은 검, 용병술을 미덕으로 삼았고 예술이 발달하기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네, 일류의 화공을 찾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직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도 먼저 속셈을 보일 수는 없는 법, 선수를 넘겨줄까 말을 삼갔지만 상대는 궁금한 기색이 없어 보였다.

  "네.. 그 이유란게 혹시 눈물의 눈으로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면 굉장히 흥미로울 것 같은데요. 저는 눈물의 눈으로 레이니아 공주님의 초상화를 그린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만."

  "흠... 맞습니다. 별로 숨길만한 사안은 아니었나보네요. 말씀대로 저는 케터텐에 있는 눈물의 눈으로 공주의 초상화를 그릴 사람을 찾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상대는 해의 축제날 밤의 약속을 알고 왔다. 분명, 자신과 레이니아, 그리고 길모어만 알고 있을터인 비밀이었다. 길모어한테 아무리 그리 말했다고 한들 이런 일에 잔뼈가 굵은 이가 누설했을리는 없었기에, 카르트는 이왕 이정도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신용을 주고자 자세한 정황을 설명했다.

  "그... 귀공께서는 저에게 도움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자신을 찾아왔다고 한들 손님에게 주의 예를 표하지도 않고 서서 이렇게 여쭤보는게 민망한듯 카르트는 조심스레 운을 띄웠다. 다행이도 상대방은 괘념치 않은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칼 르렉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카르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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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alsods